pachelbel rant

카테고리 없음 2019. 10. 13. 22:24


얘기 하나 해줄게
그냥 노래 한 곡에 대한 얘기야

아, 물론 유명한 곡이니까 멜로디를 들으면 너희들도 다 알 거야
'따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라...'
그래, 파헬벨의 D장조 캐논.

워낙 유명한 곡이기도 하지만,
사실 내가 이 곡을 알고 있는 건 찌질이라서야

그럼 너흰 생각하겠지
'랍, 넌 찌질이가 아냐, 기타리스트잖아, 완전 쿨하다고'
..그런 생각한 적 없구나... 난 또 그런 줄 알고... 
물론 지금은 멋있지, 내 말은, 기타 치기 전엔 찌질이였단 거야
...첼리스트였거든

아, 첼로가 찌질하다는 건 아냐
아주 근사한 악기지
성인이 연주하기엔 정말 멋진 악기야
하지만 그걸 연주하는 게 꼬맹이라면.. 찌질해
자기 덩치보다 큰 악기를 짊어지고 다니면서 안 찌질하길 바라는 건 무리라고.
첼로를 들고 학교에 간다는 건
세렝게티 초원을 어슬렁거리는 상처입은 가젤 영양이 되는 것과 같지
수 마일 밖에서도 야생 동물들이 네 냄새를 맡고 생각하는 거야
'이게 무슨 냄새지? 뭔진 모르지만 가서 패주고 싶군'

그래도 첼로 연주하는 거 자체는 좋았어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곡들을 정말 사랑했지
...캐논만 빼고.

난 파헬벨의 캐논을 혐오해
왜냐면 역사상 최악의 첼로 파트로 이루어진 곡이거든
8개의 4분 음표만 영원히 반복되지
D A B F# G D G A
-이게 다야
이 여덟개의 음만 54번 연주한다고
내가 세봤어
연주하는 동안에 무료하기도 하고 해서 말야

사실 캐논의 바이올린 파트 선율은 정말 아름다워
비올라도 끝내주지
심지어 세컨 바이올린 선율까지도 끝내줘, 세컨 바이올린은 선율이 없는 파트인데도!

근데 첼로는
시끄럽고 쓸모없는 8개의 음만 죽어라 켜는 거야
대체 왜! 대체 왜 파헬벨은 이토록 아름다운 악기에게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까
내 결론은, 파헬벨이 첼리스트랑 사귄 게 틀림없단 거야
아마 그녀가 파헬벨을 개처럼 차버렸겠지
그래서 파헬벨은 남은 인생을 다 걸고 최악의 첼로 파트를 작곡한 거야

뭐, 어차피 캐논만 매일 듣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싫어하나 싶겠지?
넌 생각할 거야
'랍, 그냥 클래식을 안 들으면 그만이잖아?'
...아니, 소용없어
파헬벨이 날 쫓아다니니까
웬 편집증인가 하겠지?
아니, 파헬벨은 너희 곁에도 있어
너흰 매일 파헬벨의 캐논을 듣고 있다고

한 번은 조카 졸업식에 갔어
vitamin c의 졸업 노래를 부르더군
'As we go on, we remember.. (따라라 라라라../D장조 캐논)' - graduation (friends forever) / vitamin c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선 에어로스미스의 락음악이 흘렀지
'There was a time When I was so brokenhearted.. (따라라 라라라...)' - cryin' / aerosmith
집에 도착해선 머릿속을 정화하기 위해 포크음악을 틀었어
'Listen children to a story that was written long ago.. (따라라 라라라..)' - one tine soldier / coven
어딜가든 파헬벨이 따라다니는 거야, 미칠 노릇이었지
이제 난 타코벨(맥시코 음식 체인점)도 안 가, 이름이 불길해서

난 파헬벨을 증오해, 그 자식의 first name이 뭔지도 모르지만
아마 요한이겠지, 클래식하는 자식들은 개나 소나 다 요한이니까
그 자식은 알고 있었을까
300년 전에 딸랑 하나 히트친 그 곡이
300년 후, 한 남자의 일생을 망쳐버리리란 걸
대체 어딨는 거야, 파헬벨!!
vh1에선 '1790년대가 좋아요' 특집이라도 하는 것 같아!
대체 어디 숨어 있는 거냐, 이 자식아
내가 좋아하는 모든 노래 속에 파헬벨이 들어있어
제발 날 좀 놔줬으면 좋겠는데, 그 자식은 세상 끝까지라도 날 따라올 기세라고!

한 번은 horde festival에 갔었어
설마 야외 콘서트에까지 날 따라오진 않겠지 싶었거든
페스티벌엔 블루스 트레블러가 나와서 노랠 불렀었지
파헬벨은 그 안에도 있었어
'Suck it in suck it in suck it in, If you're Rin Tin Tin or Anne Boleyn
Make a desperate move or else you'll win (따라라 라라라...)' - hook / blues traveler

결국 난 남은 일생을 펑크락과 함께 하기로 결심했어
...헛수고였지
'Do you have the time to listen to me whine.. (따라라 라라라..)
이젠 지겨워졌어
모든 노래가 다 똑같은 코드로 만들어져 있는 것 같아
펑크 뮤직같은 건 없어, 결국은 모두 다 바로크 음악이야
아니, 내가 미쳐버린 건가' - basket case / green day

'I wanna push you around well I will, well I will
I wanna push you down well I will, well I will' - push / matchbox 20
'got a machinehead better than the rest' - machinehead / bush
'See the stone set in your eyes
See the thorn twist in your side' - with or without you / u2
'I'm all out of faith, This is how I feel, I'm cold and I'm ashamed, Bound and broken on the floor' - torn / natalie imbruglia
'He was a boy, she was a girl
Can I make it anymore obvious?' - sk8er boy / avril lavigne
'Oh we're not gonna take it
No, we ain't gonna take it' - we're not gonna take it / twisted sister
'On your marks, get set, and go now
Got a dream and we must know now' - making our dreams come true / cyndi grecco
'No woman no cry' - no woman no cry / bob marley

'내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있을 때
파헬벨은 끈질기게 날 붙들고 늘어졌지
지옥까지 쫓아올 놈, 파헬벨!
파헬벨, 파헬벨, 파헬벨, 파헬벨
지옥에서 만나자, 파헬벨' - let it be / the beatles

 

pachelbel rant / rob paravonian

translated by lonegu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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